딸애가 심심할까 봐 가져왔다 고하며 아주 작은 강아지를 가져왔다. 온종일 청소며 빨래며 쉴사이 없이 바쁜 내가 심심할 틈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내심 반갑고 좋았다. 우유부터 먹어야 하는 아주 애기 강아지였 다. 인터넷에 사진을 올려 가져 갈 사람을 알아보라고 하고 우선 집에 들였다. 금방 누가 가져간다고 연락이 올까 하고 기다리다 벌써 6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이제는 예쁜 다 큰 개가 되었다. 바깥바람이 들어 데리고 나가면 집에 들어오기를 싫어한다. 까만 점박이 날씬한 팔다리, 털 깎을 일 없고, 목욕을 시키면 털 따로 말릴 일 없고, 주인과 제 집은 잘 지킨다. 한참 나가 뛰어 다니다가도 슬그머니 집에 돌아온다. 요즘은 밥값을 하느라 집 앞을 지나는 모든 짐승이나 사람, 바람만 불어도 목청을 높인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개는 토끼똥을 좋아한다. 토끼장에서 굴러 나온 토끼똥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 아무리 못 먹게 해도 토끼 똥맛이 좋은 것 같다. 암수 토끼를 기르는데 얼마 전 일이다. 토끼집 앞에 빨간 새끼 토끼가 던져져 있었다. 아직 살아있어서 박스에 담아 집안에 놓고 다시 가서 보니 여기저기 창살 밖으로 제 새끼를 던져 놓고 있었다. 모두 살아있어 모아 박스에 담아 따뜻하게 했는데, 우유를 먹여야 할지 다시 넣어줘야 할지, 물어 죽인다는 말도 있고, 겁이 약간 났다. 할 수 없이 고양이 젖을 먹이라고 하는데 구할 수 없어 그냥 우유를 먹여 봤다.

가슴에 품어 체온을 따뜻하게 해야 하는 일 외엔 방법이 없었다. 정성을 들였으나 며칠 살고 다 죽었다. 그리고 또 보니 이 토끼들이 새끼를 낳은 것 같아 공원에 방사했다. 너무나 번식을 잘해서 집에서 키우기가 어려웠다. 며칠 동안 걱정이 되었지만 그 큰 공원에서 잘 살 거라고 생각한다. 토끼똥 좋아하는 개, 이름을 ‘꽃순이’라고 붙였다. 온몸에 예쁜 점이 꽃 같다. 눈이 예쁘다. 이 개도 사춘기를 지나  또 새끼 가질 준비를 한다.

어떻게 할까 고민이다. 갖다 줄까? 수술을 해 줘야 할까? 잠깐 만났지만 최대한으로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를 다 해야겠지. 내가 제 어미처럼 나에게 온갖 앙탈을 다 부린다. 나는 생각한다. 이 개가 나를 어미라고 생각하는 까닭은 밥을 주고, 목욕을 시키고, 놀아 주고, 함께 살기 때문일까? 아직도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없다.

비실비실 영양실조와 허약한 작은 강아지가 측은해서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다가 나는 개 엄마가 됐다. 그런데 왜 온 동네 똥에 관심이  많은지 모를 일이다. 밥 먹고, 제 똥을 먹고, 남의 똥도 먹고, 제멋대로다. 그래서 ‘꽃순이 똥개’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문밖에 내놓으면 왔다 갔다 어지럽게 달린다.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같이 정신없이 뛴다. 실컷 뛰고 나서는 풀 속에 있는 똥을 찾아 주워 먹는다. 너무나 놀라 약국에서 똥 못 먹는 약을 사다가 매일 먹였지만 허사다. 한 병을 몽땅 먹였으나 소용이 없다.

그러면서 옆집에서 인기척만 나도 짖어댄다. 매일 보는 얼굴인데도 흥분해서 앙앙 짖어대는 모습은 정말로 가관이다. 작은 몸집에서 어쩌면 저런 악바리가 나오는지 대단하다. 생각다 못해 입에 고무줄 망을 만들어 씌워, 똥을 못 먹게 하고 입을 크게 벌려 우렁차게 짖는 개소리를 줄여보려 했다. 그러나 꽃순 이 똥개는 여전히 억세다. 온 동네 사람들을 다 간섭한다.

오늘은 소뼈 간식을 사 왔다. 미국에서 만든 질 좋은 뼈다. 신이 나서 앞마당이 조용하다. 뼈 부수는 소리가 으드득으드득 거리며 난다. 그래 그것 먹고 제발 똥은 그만 먹으렴.

- 최형자 캘리포니아 세리토스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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